
에이전트로 뭔가 만들어보고 싶으면, 보통 채팅창 하나에 "이거 만들어줘"라고 던지죠. 기획도, 화면도, 코드도 한 번에 나와 주면 좋겠다는 기대가 있거든요.
그런데 그렇게 하면 결과물이 한 덩어리로 나와서, 어디를 고칠지부터 막혀요. 에이전트로 만들고 싶을 때 먼저 필요한 건 더 똑똑한 모델이 아니라 역할이 나뉜 파이프라인이에요.
한 개가 아니라 역할 분리예요#
핵심은 AI 한 개에게 전부 맡기는 게 아니에요. 기획, 디자인, 개발, 리서치를 각각 다른 역할로 두고, 그 사이를 문서로 잇는 오케스트레이션이에요.
역할이 섞이면 산출물이 섞여요. 기획인지 구현인지 구분이 안 되면, 사람은 검토할 기준도 없고 에이전트는 다음 단계로 넘길 입력도 없어요. 속도와 일관성을 같이 가져가려면, 역할을 먼저 나눠야 해요.
필요한 역할 다섯 가지#
에이전트를 여러 개 띄우기 전에, 아래 다섯 역할이 각각 무엇을 산출하는지부터 정해보세요.
1) AI 기획자#
문제를 PRD로 고정하는 역할이에요. 사용자 스토리와 수용 기준(AC)을 정의하고, 기능 우선순위도 제안해요.
여기서 나온 문서가 이후 모든 단계의 기준이 돼요. 채팅 기록이 기준이 되면 안 돼요.
2) AI PM / 태스크 매니저#
PRD를 실행 가능한 작업으로 쪼개는 역할이에요. Epic → Story → Task로 변환하고, 의존성과 순서를 정리해요.
사람이 바로 코드를 짜게 하지 말고, 태스크 목록을 먼저 보게 하는 게 중요해요. 큰 일을 한 번에 맡기면 산으로 가거든요.
3) AI 디자이너#
화면 흐름과 와이어프레임을 잡고, 컴포넌트 스펙을 정리한 뒤 피그마 시안을 만들어요.
디자인은 화면 전체를 한 장으로 그리는 게 아니라, 컴포넌트에서 뷰로 올라가는 방향으로 진행해요. 나중에 개발자가 조립할 단위가 미리 생겨야 하거든요.
4) AI 개발자#
이슈와 디자인 스펙을 입력으로 구현해요. 컴포넌트를 먼저 만들고, 그다음 스크린을 조합해요. 테스트와 리팩토링도 이 역할에 포함돼요.
입력은 "느낌"이 아니라 이슈 + 컴포넌트 + 디자인 산출물이어야 해요. 입력이 흐리면 구현도 흐려져요.
5) AI 리서처 (인터뷰 전문가)#
인터뷰 질문을 만들고, 그 질문이 왜 필요한지 당위성까지 설명해요. 결과를 요약하고 인사이트를 뽑아 다음 사이클에 넘기고요.
만들기의 끝이 배포가 아니에요. 사용자 피드백을 다음 입력으로 되돌리는 역할이 파이프라인을 닫아줘요.
실행 순서는 이렇게 이어져요#
역할만 나눠 두고 동시에 돌리면, 서로 다른 가정을 품은 산출물이 나와요. 순서가 필요해요.
- 문제 정의 — 무엇을, 누구를 위해 만드는지 한 줄로 고정해요
- AI 기획자가 PRD 작성 — 스토리와 수용 기준까지 문서화해요
- AI PM이 태스크 분해 — 실행 단위와 의존성을 정리해요
- 사람이 검토하고 이슈 확정 — 태스크를 보고 이슈로 등록하는 건 사람 몫이에요
- AI 디자이너가 시안 생성 — 컴포넌트 스펙과 화면 흐름을 만들어요
- AI 개발자가 구현 — 확정된 이슈와 디자인으로 코드를 쌓아요
- 테스트, 리뷰, 배포 — 검증을 통과한 것만 내요
- 인터뷰 AI로 피드백 수집 — 질문과 당위성, 결과 요약을 받아요
- 다음 사이클에 반영 — 인사이트를 다시 문제 정의로 넣어요
이 흐름에서 사람이 빠지면 안 되는 지점은 4번이에요. 에이전트가 만든 태스크를 그대로 구현에 넘기지 말고, 이슈로 확정하는 게이트를 사람이 쥐고 있어야 해요.
문서를 단일 소스로 유지해요#
파이프라인이 깨지는 가장 흔한 이유는 역할이 많아서가 아니라, 기준 문서가 여러 곳에 흩어져서예요.
- 문서 기준 단일 소스(SSOT)를 유지해요. PRD가 바뀌면 태스크도 따라 바뀌어야 해요
- 각 단계 산출물은 링크로 연결해요. PRD ↔ 이슈 ↔ 디자인 ↔ 코드가 서로 찾아갈 수 있어야 해요
- 사람은 최종 의사결정과 품질 판단을 담당해요. 에이전트는 초안과 분해, 구현을 맡아요
에이전트에게 맡길수록, 사람이 기억으로 조율하면 안 돼요. 다음 역할이 받을 입력이 문서와 링크여야 파이프라인이 돌아가요.
시작은 역할 하나부터예요#
처음부터 다섯 역할을 다 돌릴 필요는 없어요. 만들고 싶은 게 있다면, 지금 한 채팅에 섞여 있는 일을 역할 이름으로 나눠 보는 게 시작이에요.
기획은 PRD만, 작업 분해는 태스크만, 구현은 확정된 이슈만 받게 해보세요. 그다음 사람이 이슈를 확정하는 게이트 하나만 넣어도, "만들어줘" 한 방보다 훨씬 다루기 쉬운 파이프라인이 생겨요.
No one can whistle a symphony. It takes a whole orchestra to play it.
— H.E. Luccock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