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텔카스텐(Zettelkasten)은 단순한 메모법을 넘어, 우리의 생각을 연결하고 확장해주는 '제2의 뇌'와 같아요. 니클라스 루만이 자신의 메모들을 어떻게 보관했는지 알려드릴게요.
생각의 씨앗을 뿌리는 임시 메모(Fleeting Note)#
우리의 뇌는 아이디어를 보관하는 곳이 아니라,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는 곳이에요. 갑자기 떠오른 소중한 생각들이 금방 사라지지 않도록 스마트폰이나 메모지를 활용해 즉시 기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핵심은 현재 하고 있는 작업의 흐름을 깨지 않는 것이에요. 일단 가볍게 적어두고, 나중에 정해진 시간에 몰아서 정리하면 됩니다. 만약 이미 충분히 정리된 생각이라면 바로 영구 보관용 메모로 옮겨도 좋지만, 대개는 잊지 않기 위해 빠르게 적어두는 용도로 사용합니다.
지식을 내 것으로 만드는 문헌 메모(Literature Note)#
책이나 기사, 영상을 볼 때 단순히 읽기만 하면 금방 잊혀지기 마련이죠. 나중에 나의 아이디어에 영감을 줄 수 있는 문구들을 기록해두는 습관이 필요해요.
중요한 점은 원문의 내용을 그대로 베껴 쓰는 것이 아니라, 나만의 언어로 '이해한 내용'을 적는 것이에요. 의미를 파악하는 단계를 건너뛰면 지식은 내 것이 되지 않습니다. 이렇게 작성한 메모는 반드시 출처 정보(서지 정보)와 함께 자신만의 참조 시스템에 보관해 주세요.
평생의 자산이 되는 영구 보관용 메모(Permanent Note)#
이제 앞서 작성한 임시 메모와 문헌 메모를 토대로 '영구 보관용 메모'를 만들 차례예요. 적어도 하루에 한 번은 메모를 들여다보며, 이 아이디어가 나의 관심사나 기존 지식과 어떻게 연결될지 고민해봐야 합니다.
- 완전한 문장: 나중에 봐도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하고 완전한 문장으로 작성하세요.
- 간결함과 명확함: 길게 늘어놓기보다는 핵심을 꿰뚫는 짧고 정확한 글이 좋습니다.
- 연결과 확장: 기존의 메모들 사이에서 모순은 없는지, 혹은 새로운 주장을 뒷받침할 수 있는지 비판적인 시각으로 바라보세요.
- 정리: 영구 메모 작성이 끝나면 임시 메모는 과감히 버리고, 문헌 메모는 참조 시스템에 잘 보관합니다.
메모를 연결하고 배치하는 법#
영구 보관용 메모가 완성되었다면, 이를 메모 상자(시스템)에 추가해야 합니다. 이때 다음의 세 가지 원칙을 기억하세요.
- 관련된 메모 바로 뒤에 배치하여 맥락을 이어갑니다. 마땅한 위치를 찾기 어렵다면 일단 맨 뒤에 둡니다.
- 연결된 메모들 사이에 링크 번호(참조)를 달아 서로 연결해 줍니다.
- 나중에 쉽게 찾을 수 있도록 특정 주제의 입구가 되는 메모에 연결 고리를 만들어 둡니다.
밑바닥부터 쌓아 올리는 상향식 발전#
제텔카스텐의 진정한 묘미는 '상향식(Bottom-up)' 구조에 있습니다. 처음부터 거창한 주제를 정하고 브레인스토밍을 하는 것이 아니라, 쌓여있는 메모들을 들여다보며 아이디어가 자연스럽게 무리를 이루는 곳을 찾는 방식이죠.
자신의 주장에 대해 스스로 비판자가 되어 이의를 제기해 보세요. 이 과정에서 아이디어는 더욱 단단해지고 새로운 통찰이 태어납니다. 더 유망한 아이디어가 나타난다면 처음의 계획에 매달리지 말고 흥미가 이끄는 방향을 선택하세요. 관심사가 변하는 것이 곧 지적인 성장의 과정이니까요.
메모를 완성된 원고로 탈바꿈하기#
메모가 충분히 쌓였다면 이제 글로 써낼 준비가 된 것입니다. 출처가 불분명한 아이디어가 아니라, 내가 직접 검증하고 연결한 메모들을 바탕으로 주제를 정해보세요.
- 구조화: 관련 메모들을 모아 아웃라이너(Outliner) 도구에 복사하고, 논리적인 순서로 정리합니다.
- 이식과 번역: 메모를 단순히 옮겨 적는 것이 아니라, 전체 글의 맥락에 맞게 '번역'하듯이 문장을 다듬어 나갑니다.
- 보완: 글을 쓰는 과정에서 발견된 빈틈은 다시 새로운 메모를 작성하거나 읽기를 통해 채워 넣으며 완성도를 높입니다.
루만이 우리에게 주는 교훈#
사회학자 니클라스 루만은 결코 단 하나의 프로젝트에만 매달리지 않았습니다. 여러 단계에 걸친 다양한 아이디어를 동시에 다뤘죠. 이것이 바로 제텔카스텐 시스템의 강력한 힘입니다.
한 가지에만 집중하면 다른 정보들을 놓치기 쉽지만, 여러 주제를 동시에 열어두면 어떤 책을 읽더라도 그 안의 보물 같은 정보들을 각기 적절한 곳에 활용할 수 있습니다. 무언가가 읽을 가치가 있는지는 직접 읽고 경험해봐야 알 수 있듯이, 여러분의 메모 상자도 직접 써 내려가며 그 진가를 발견해 보시길 바랍니다.
God has given you one face, and you make yourself another.
— William Shakespe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