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클라스 루만은 ‘생각이 이어지는 메모 시스템(Zettelkasten)’으로 유명했어요.
루만은 두 개의 메모 상자를 가지고 있었어요. 이 두 상자는 그의 지적 생산 시스템의 핵심이었답니다.
- 서지 메모 상자(bibliographical slip-box)
- 본메모 상자(main slip-box)
이 두 상자는 각각 ‘읽은 자료의 정보’와 ‘자신의 생각’을 모으는 데 쓰였어요.
먼저, 서지 메모 상자에는 책이나 논문을 읽을 때 남긴 서지정보를 모았어요. 서지정보란 책 제목, 저자, 출판사, 출판 연도, 수록된 권호나 설명 등, 나중에 그 자료를 다시 찾을 수 있게 돕는 기본 정보예요. 루만은 이런 정보를 메모 한쪽 면에 적고, 그 책이나 논문에서 인상 깊은 내용이나 짤막한 생각을 뒷면에 남겼어요. 이렇게 쌓인 메모들은 서지 메모 상자에 보관했어요.
그 다음 단계에서는, 자신이 남긴 짤막한 독서 메모들을 다시 바라보며 스스로의 생각과 글감과 어떤 연결이 있는지를 따져보았어요. 여기서 연결점이 보이면, 루만은 본메모 상자 쪽으로 옮겨가서 자신의 아이디어와 통찰을 새 종이에 적었어요. 아이디어마다 각각 따로 한 장씩, 그리고 한쪽 면에만! 이렇게 하면 나중에 메모를 꺼내지 않고도 손쉽게 넘겨볼 수 있었대요.
새로운 생각이 생기면, 루만은 추가 메모를 써서 사고를 확장하기도 했고, 언제나 기존 메모를 참고하면서 새로운 메모를 만들어냈어요. 단순히 인용 문장을 옮겨 적는 게 아니라, 읽은 텍스트의 맥락을 자신의 생각의 맥락으로 번역하듯 전환했다는 점이 핵심이에요.
루만의 메모에는 흥미로운 특징이 있어요. 그는 메모를 주제별로 정리하지 않았어요. 대신 고유번호를 부여했는데요, 이 번호는 내용적 의미라기보다는 영구적으로 구별하기 위한 식별자였어요. 예를 들어 22번 메모 다음에 새로운 관련 메모가 생기면 23번이나 22a처럼 이어붙였고, 때로는 /, , 등의 기호를 섞어가며 생각의 가지를 확장했어요. 예시로는 21/3d7a6 다음에 21/3d7a7이 오는 식이죠.
또한 새로운 메모를 추가할 때마다 관련된 다른 메모들을 찾아 링크 번호를 달았어요. 이렇게 서로 메모를 연결하면서, 루만은 상자 전체 어디에서든 하나의 생각으로부터 다른 생각으로 자연스럽게 이동할 수 있었어요. 주제의 구조를 먼저 정해두는 하향식 방식이 아니라, 개별 생각에서 출발해 점점 체계를 만들어가는 상향식 방식이었어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중요한 요소가 바로 색인(index) 이에요. 색인은 여러 생각과 주제로 들어가는 입구 역할을 했어요. 루만은 주요 주제에 해당하는 ‘입구 메모’를 만들어두고, 거기에 관련된 메모들의 링크를 모아뒀어요. 그래서 색인만 봐도 그가 탐구하는 주제의 전체적인 지도가 그려졌다고 할 수 있어요.
루만의 메모 작성 과정#
1단계. 서지정보 기록하기
책이나 논문을 읽을 때, 루만은 메모 한쪽 면에 서지정보(책 제목, 저자, 출판사, 출간 연도, 권호 등)를 적었어요.
이 정보들은 나중에 다시 참고할 수 있도록 서지 메모 상자에 보관했어요.
2단계. 읽은 내용 요약하기
메모의 뒷면에는 책이나 논문에서 인상적이었던 문장, 아이디어, 느낀 점 등을 짧게 적었어요.
하지만 단순한 인용이나 요약에 그치지 않고, 자신만의 언어로 재해석했어요.
3단계. 자신의 생각으로 확장하기
서지 메모들을 다시 검토하면서, 자신의 아이디어나 논평으로 발전시킬 수 있는 부분을 찾아냈어요.
그렇게 나온 생각을 새로운 종이에 옮겨 적었고, 이것이 바로 본메모 상자에 들어가는 메모였어요.
4단계. 한 장에 한 아이디어 원칙
루만은 아이디어마다 각각 다른 종이에 적었어요.
내용은 한 면만 사용해서 나중에 쉽게 넘겨보며 확인할 수 있도록 했어요. 필요할 경우 관련 메모를 새로 써서 사고를 확장했어요.
5단계. 기존 메모와 연결하기
새로운 메모를 기록할 때마다 루만은 이미 존재하는 메모들과 비교했어요.
관련성 있는 기존 메모가 있다면 그 옆에 새 메모를 추가했고, 고유번호를 부여했어요.
예를 들어, 22번 다음 메모라면 23번이 되거나, 22a처럼 붙여서 표시했어요.
6단계. 번호 체계로 생각 확장하기
루만은 번호에 의미를 두지 않고, 단지 식별용으로 사용했어요.
필요하면 /, , 같은 기호와 숫자, 알파벳을 섞어가며 생각의 가지를 마음껏 확장했어요.
예: 21/3d7a6 다음에는 21/3d7a7 같은 식이에요.
7단계. 메모 간 링크 추가하기
루만은 새로운 메모를 만들 때마다 관련 메모에 링크 번호를 추가했어요.
이 덕분에 상자 안 어디에서든 서로 연결된 생각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어요.
메모들의 연결 구조를 보면 자연스럽게 주제별 흐름이 드러났다고 해요.
8단계. 상향식 사고의 구조화
다른 연구자처럼 주제별 분류를 미리 정하지 않았어요. 루만은 작은 생각에서 출발해 점점 연결하면서,
결국 자연스럽게 주제가 체계화되는 상향식 방식으로 사고했어요.
9단계. 색인(Index)으로 입구 만들기
마지막으로 루만은 ‘색인’을 만들어, 중요한 주제나 생각으로 들어가는 입구를 마련했어요.
하나의 색인 메모에는 관련된 여러 메모들의 링크가 모여 있어서, 일종의 ‘사고 지도’ 역할을 했어요.
이런 방식 덕분에 루만은 방대한 아이디어 속에서도 길을 잃지 않았어요.
그의 메모 상자는 단순한 노트가 아니라, ‘생각이 연결되는 시스템’ 이었어요.
오늘날 우리가 사용하는 Obsidian, Notion, Roam Research 같은 도구들도 사실 루만의 아이디어에서 시작됐다고 볼 수 있답니다.
결국 루만의 메모 시스템은 단순한 정리 방식이 아니라, 생각을 확장하고 지식을 연결하는 사고 도구였어요. 그는 메모를 통해 ‘지식’을 쌓은 게 아니라, ‘생각의 네트워크’를 만든 셈이에요.
Those who are blessed with the most talent don't necessarily outperform everyone else. It's the people with follow-through who excel.
— Mary Kay Ash